❒ 과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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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층의 가정에서 태어났다. 대학교수인 부모님 밑에서 교육도 서운하지 않게 받았으며, 원하는 것이 있으면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었다. 본인 또한 유복한 환경을 버거워하지 않았고 오히려 만족도가 높았다. 지금은 서로가 바빠서 교류가 적을 뿐이지, 가족 구성원간의 관계 또한 매우 원만하다. 뒤틀린 사고방식은 그가 대학생일 때부터 드러났으나, 티를 내고 다니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정도의 지식과 사회성은 가지고 있었기에 주변 인물들과도 괜찮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시대와 운, 환경, 그리고 그의 학술적 역량이 모두 겹쳐 자신의 이름을 건 연구 또한 성공! 그야말로 승승장구의 인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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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큰 장애물 없이 대부분의 상황에서 성공만을 거두던 카와사키 루키의 인생은, 모순적이게도 그가 초세계급 후보로 거론되면서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세계기구의 심사를 받을 때 까지만 해도 그는 본인이 최상급의 인간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을 기뻐했다. 하지만 학문이란 끝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법. 그리고 두 달 주기라는 짧은 재능심사의 텀. 언젠가는 자신이 진행하는 Ruki의 연구도 마무리를 볼 것이고, 그의 분야에서 그보다 더 뛰어난 성과를 내는 인물도 나타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카와사키 루키는 후계에게 초세계급의 칭호를 양도하고 '훌륭한 학자' 정도로 다시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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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이 당연한 이치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의 인생에서 이보다 더 높은 위치는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고, 지금껏 누려왔던 그 어떤 것보다 반짝이고 값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그의 칭호를 붙잡아두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고, 본인의 입지를 단단하게 굳힐 새로운 연구주제를 찾아 헤맸다. 그러나 두번의 행운은 오지 않았다. 머리가 좋은 편에 속했지만 자신의 최대 업적인 ‘Ruki’를 뛰어넘는 다른 것을 개발할 정도의 천재성은 없었으며, 다른 방향을 시도할때는 거짓말같이 처참한 실패를 거두거나 이미 충분히 많은 선행연구들이 쌓여있어 그가 더 숟가락을 얹을 곳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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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온갖 착오를 거치며 도달한 최종 콘텐츠는 이전부터 마음에 품어두었던, 그의 가치관을 날것 그대로 담은 ‘인간 쓰레기’ 연구. 하지만 윤리적으로 받아들여질 리가 없기에 여전히 계속해서 고난을 거듭하는 중이다. 이 와중에도 세상에는 꽤 훌륭한 후속 연구들이 등장하고 있는 시점에서, 스스로의 연구를 능가하는 유의미한 업적을 추가적으로 이루지 못한다면 ‘초세계급 폐기물학자 카와사키 루키’라는 이름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조급함을 가지고 날이 갈수록 예민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