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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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간 활동한 초세계급 산타는 한 사람이 아니다. 넬라 해맬래이넨은 3대째 산타이다.

12월 25일에 주어지는 특별한 선물은 바로 세리에스의 CEO, 초세계급 산타의 후보가 되는 것. 익명으로 후원을 받던 산타 후보 중, 그가 최종적으로 선택된 이유는 누구보다 동화같은 삶을 원했지만 산타에 어울리지 않는 현실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전대 산타는 불가능한 선물을 그에게 주고 싶었다. 기존의 초세계급 산타가 그 자리를 자진포기 했고,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초세계급의 자리는 그들의 업적을 등에 업고 위장한 새로운 산타가 받았다. 

어떻게 보면 사기극과 다름 없으니 초세계급 재능인의 조건에 어긋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전 초세계급 산타에게 직접 교육받은 후대들은 전대의 업무를 무리 없이 해냈으므로 세계기구 H.O.P.E도 그들의 사기극을 묵인해주었다. 그도 그럴게, 재능을 선물해주는 산타는 세계에서 유일했으니까.

문제는, 그가 다음 후보에게 초세계급 산타의 자리를 넘겨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 후보에게 재능의 자리를 넘겨주는 건 초세계급 산타가 되는 조건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재능을 넘겨줄 생각이 없는 넬라를 보며 이전 산타들이 엄포를 놓았고, 후계자를 구한다는 소문을 퍼트려 잠시 그들의 심기를 잠재웠다.

휴가도 잘 즐기지 않는 그가 이번 일로 모습을 드러낸 것도 초세계급 산타의 자리를 독점하기 위해서다. 산타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얼굴은 가렸지만 초세계급 산타라 불리는 이는 이런 사람이란 걸 인식시키려고 했다. 그는 전대 산타들의 업적을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넬라 해맬래이넨은 동화에 나올 법한 낭만과 이상을 꿈꾸고 싶어했지만 그 방법을 몰랐다. 그는 누구보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이었다. 아이에서 어른이 되면 이상을 접고 현실의 삶을 사는 것처럼. 이 시기가 남들보다 이른 나이에 찾아왔다. 매년 찾아오는 동화같은 크리스마스는 그에게 어떤 감흥도 되지 못했다. 궁금하고 욕심이 났다. 그래서 당신의 마음이 궁금하다고 산타에게 사연을 보냈다. 2대 산타에게 그 사연이 눈에 들어왔고, 넬라는 그해 크리스마스에 초세계급 산타 후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