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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도라가 사라지고, <비행선>에서 수상쩍은 증거를 발견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이튿날, 모노보로스가 우리를 호출했다. 호출 이유는... 새로운 섬에, 멋대로 구명정을 타고 건너간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것.

누가, 무엇을 위해서, 어떻게 죽였는가. 수많은 의문이 생겨났지만 모노보로스가 그러한 의문을 해소해 줄리 만무하기에. 우리는 새로운 섬을 수색하기 위해 구명정을 타고 진입했다. 그렇게 새로운 섬으로 향한 우리는... <제 1의 섬>과 완전히 비슷한 구조물을 갖고 있으면서도, 섬 곳곳에 ‘절망’으로 추측되는 이들의 잔인하고 참혹한 흔적들이 남아있음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초세계급 탐정 휴고 캐드버리가 <제 1의 섬>, 자신의 방으로 추측되는 곳에서 치명적인 관통상을 입은 채 싸늘한 시신으로 남겨져 있는 것 역시 발견한다. 모노보로스는 늘 그래왔듯, 시신을 발견한 초세계급들에게 [모노보로스 파일]을 보내는데. ...어라? 시체 발견 장소는 물론이고, 사인, 사망 시각, 기타란까지. ...어느것 하나 맞는 것이 없는데다, 그동안의 재판을 복기하는 듯한 인상마저 들었다. 

그러나 아무리 난처한 상황에서도 재판은 예정대로 개정된다. 초세계급들은 현장에 남은 증거들을 바탕으로 휴고 캐드버리가 왜, 무엇을 위해서 이 섬에 왔고. 무엇을 하려고 했고. 그래서 이 사건의 [검정]은 누구인지. 엉터리투성이인 [모노보로스 파일]의 오류를 하나하나 되짚어가며 결국 [모노보로스 파일]의 복구에 성공한다.

그렇게 밝혀진 검정의 조건은, 모두의 개인실에 마음대로 출입할 수 있으며, 제 1의 섬에 접근할 수 있고, 모노보로스 파일을 수정할 수 있는... 그래. [모노보로스]. 

모노보로스는 <안내인은 검정으로 지목될 수 없다>며 최후의 패닉 토크 액션을 펼쳤지만, 본인이 개정했던 모의재판 때 같은 안내인인 도라가 검정으로 지목된 바가 있기에. 모노보로스는 결국 본인이 둔 자충수에 논파당하고 만다. 

그렇게 모노보로스가 가동을 멈추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 채 남겨진 우리. ...의 앞으로, 엘리베이터가 누군가를 싣고 내려왔다.

그것은 바로... ...도라와 휴고 캐드버리?! 삭제되었던 도라가 이곳에 어떻게 다시? 게다가 죽었던 휴고가 클론으로 다시 돌아오려면 아직 먼 게 아니었나? 모두가 저마다의 의문을 던졌지만. 도라는 “그게 지금 중요한 게 아니에용!”이라며, 모노보로스가 가동 중지된 지금만이 모든 살인 게임의 진상을 밝힐 기회라고 말한다. 아니, 중요한 것 같은데... 

도라와 휴고의 말에 이끌려 [새로운 재판]을 개정한 우리는. 마침내 의아하기만 했던 <새로운 섬>의 장소들을 다시 되돌아보게 된다. 새로운 섬의 비틀린 바위 아래 남겨진 증거들은, ...우리가 H.O.P.E의 가상현실 프로그램 판도라에 접속해 있음을. 게다가... 바깥세상을 파괴한 장본인이. 다름 아닌... 초세계급. 우리들임을 증명했다.

그렇다면, 남는 과제는 단 한 가지. 절망해버리고 만 초세계급들이 따랐다던 ‘절대절망’, 이 살인 게임의 관리자[ADMIN]은 누구인가를 밝혀내는 것. 

몇 번이고 반복되는 살인게임에서. 항상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것은 분명... ...절대적인 생존의 행운. 초세계급 행운, 그로즈다 미하일로브나 안토넨코뿐일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모든 일의 흑막으로 그로즈다 미하일로브나 안토넨코를 지목했다. 수백 번을 죽어도 지워지지 않을 우리의 끝없는 절망. 우리에게 687번째 다가온, 어둠보다 아득한 절망. 모든 이의 불행 위에 올라설 절대절망.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그는. 

절망한 초세계급 전원은 <판도라>에 자신의 발로 들어와, 더욱 ‘완벽한 절망’을 위해 절대절망의 지휘 아래 수백번의 살인 게임을 반복했음을. 그러나 이번 회차의 경우 <오류>로 인해 초세계급들이 기억을 전부 잃은 채. 2022년의 희망찼던 추억과 맞물려 생겨난 새로운 공간에서 살인 게임을 다시 한 번 진행하게 된 것임을 알린다.

그리고 초세계급들에게 남은 선택지가 단 두 가지뿐이라는 사실도. 

첫 번째, 살인게임에서 ‘졸업’하는 것. 이번 회차의 기억은 까맣게 지운 채, 조그마한 희망의 조각도 없이 완전한 절망으로서 현실에 나가는 것이다. 현실에 나가면 발목을 붙잡기밖에 더할. 쓰잘데기 없는 기억들. 잠시간의 희망이 정말 달콤했나? 목을 축이기에 충분치 못한 이슬에 갈증만 심해지지 않았던가? 이것이 전부 의지를 갖고자 했기 때문에 생긴 비극. 거대한 절망에 순응하고, 다시 절망의 본분을 찾자. 망가진 세계에서 절망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두 번째, 이번 타임라인에 갇혀, 영원희 ‘루프’하는 것. 절망해버리고 만 세계를 마주보는 대신, 도피하는 길이다. 모든 것이 깊은 절망에 빠진 세상에서, 우리 개인의 힘으로 새로운 희망을 일구어낸다는 턱도 없는 소리가 가능할 리가 없다. …아니, 선택이 아니다. 우리의 의지는 공포에 묵살당했다. 현실을 마주볼 용기가 없는 비겁자. 그러나 한편으로는, 책임질 것이 없어 달콤하기 그지 없는… 영원한 절망.

…마치 발밑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수렁에 잠겨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제한된 선택지에 숨이 턱 막혀온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우리의 의지 따위는 고려되지 않는다. 우리는 이것을 위해서 지금까지 달려온 것인가? 그저 주어진 선택지에 순응하고 한정적인 선택만을 해야하는 걸까? 어쩌면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그때. 도라가 ‘다른 선택지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모두는 상자의 밑바닥에서 발견한, [긴급 종료 프로토콜]을 떠올린다. 그렇게 히든 탄환, 세 번째 선택지가 등장한다.

살인 게임을 강제 종료하는 것. 

플레이어 과반수의 찬성을 통해 <판도라>를 강제종료 하는 이 방법은, 저장되지 못한 기억이 그대로 날아가거나, 가상현실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코마 상태가 되거나, 이곳에서 겪은 죽음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정말로 사망하게 될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세계급들의 과반수는 앞으로 나아가기를. 그리하여 우리의 과오에 마주보는 세 번째 선택지를 선택했다.

세계를 집어삼키고 승리했던 절대 절망이. 고작 누더기 양말 뱀에 불과한 우리의 희망. 누덕누덕 이어진... 희망의 찌꺼기. 도라에게 지고 만 것이다. 

...강제종료를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ADMIN] 데이터를 삭제해야 한다. 이것이 뜻하는 것은... 절대적인 생존의 행운, 초세계급 행운의 죽음이 마침내 다가왔다는 것. 그렇게, 그로즈다 미하일로브나 안토넨코는 그동안 검정들이 겪었던, 피해들이 겪었던, 살인 게임에 참여한 모든 하양이 겪었던 일들을 다시 되짚는다. 그리고 마침내, 드디어 죽음을 맞이하려고 하던 그때. 

...

“도라는 그로즈다님의 희망이기도 하니까용...!”

절망사상 최후최선의 희망적 행운. 그로즈다 미하일로브나 안토넨코는, 어느 때의 도라가 그랬던 것처럼 유령 파일로 변해 삭제를 피해 도망친다. 그로즈다 안토넨코의 모습이 노이즈와 글리치에 섞여 차츰 사라져간다. 언젠가 도라가 사라졌을 때의 모습과 동일하다.  그렇다면 그 역시 유령 파일로서 이곳에 남게 되는 것일까? 닫혀버린 판도라 안의 가장 밑바닥에, 그 혼자서?

하지만 도라는 돌아왔다. 그로즈다 역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판도라가 미처 내보내지 못한 <희망>은 상자 밑바닥에 언제고 존재할 것이고, 그것이 불완전한 형태일지라 하더라도. 존재한다는 그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도라는 초세계급 모두의 희망의 찌꺼기. 누덕누덕 기워진 우리의 양말 뱀. …그 천 조각의 일부는, 그로즈다의 것도 있으리라. 

허울뿐인 이상이라지만... 이상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남아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희망을, 더 나은 세상을 꿈꿀 수 있다.

그렇게. 재판장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판도라가 강제 종료된다. 마치 모니터 화면이 깨지는 것처럼. 모서리부터 노이즈가 끼기 시작한 우리의 시야는... 저 끝자락부터 차근차근 점멸하기 시작한다.

마치, 2022년의 신년 휴가. 영문도 모른 채 남국섬에 떨어졌을 때와 같이.

【PROJECT PANDORA: 687번째 반복 시점에서 긴급 종료 프로토콜을 가동합니다.】

 


【ADMIN 권한의 삭제 확인.】

...눈을 뜬 우리는. 그로즈다 미하일로브나 안토넨코를 제외한 전원이 기적적으로 모든 기억을 가지고, 무사히 눈을 떴음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창 너머, 불길로 하늘이 붉게 물들고,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며 비명이 난무한다. 폭음은 귀가 멍멍할 정도고. 우리가 자료로만 접해왔던 세계의 멸망은 현재 진행형으로 가속하고 있다.

우리는 다시 한 번 깨닫고 만다. 세상이 정말로 완전하게 절망했으며, 처참하게 무너져버렸다는 것을. 하지만, 이것은 우리의 의지로 선택한 용기있는 결말. 때로는 망설이거나, 주춤여도 좋다. 결국 나아갈 수만 있다면!

보잘것 없는 불씨처럼, 세계 곳곳에 숨어 흔들리던 희망들이 곧. 불꽃으로, 불길으로 번져 차갑게 얼어버린 절망을 녹일 것이다.

우리는 감히 우리를 북극성이라 칭하며, 다시 한번 세계의 희망을 이끌고자 한다.

…우리는 한때 희망의 상징이었던, 지금은 보잘것없는 폐허에 불과한 H.O.P.E 본사 건물을 올려다봤다. 웅장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폭격을 맞은 듯 처참한 건물은 너덜너덜하고, 볼품없으며, 툭 치면 부서질 상자처럼만 보인다.

우리 말고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빈 상자 말이다.

 


…그러나. 아니. 우리가 있지 않은가. 

 


이곳에는… 희망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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